빠르게 바뀌는 F&B 트렌드로 눈깜빡하면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는 요즘인데요. 그 와중 ‘100년 가는 가게’를 만들고 싶은 분을 만났습니다.
상암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야끼니꾸 전문점 [아고야] 박찬규 대표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10여년 직장인 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내 가게를 차리면 그게 ‘평생할 수 있는 일’이 됐으면 했어요. 하지만 요즘 외식업은 트랜드도 너무 빨리 변하고 가게들도, 메뉴들도 반짝 유행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는 시대의 유행에 예민하게 발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100년 가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오다가, 나중엔 여자친구랑 오고, 다음엔 와이프되서 오고, 또 나중엔 아들딸 데리고 올 수 있는 그런 가게요.
그래서 뭘 팔아야할까 오랜 시간 고민을 했죠. 저는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냐고 하면 망설임 없이 ‘고기’에요. 아마 죽기 직전에 하나 고르라면 고기 먹고 갈랍니다. 고기는 1000년 전에도 먹었고 1000년 후에도 먹을거에요. 그래서 고기 파는 100년 가게 [아고야]를 시작했습니다.
[아고야]는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인 상암에 있어서 회식 수요가 꾸준합니다. 제가 직장인 경력 10년으로 회사원들 마음 가장 잘 아는데 고깃집 가서 회식하면 1인분 추가하기가 그렇게 눈치가 보여요. 그래서 아고야는 ‘1인분’ 말고 ‘1인당’ 3.6만원에 소고기를 두 번 리필해드려요. 이게 상암 직장인들한테 소문이 났는지 덕분에 그 흔한 마케팅도 전혀 없이 7년 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야 ‘남들은 다 마케팅을 하는구나’하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매출도 더 오르고 재미있게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처음 내 가게를 꿈꾸면서 바란건 ‘행복하게 살자’ 하나 였어요. [아고야]는 심지어 주말에 영업 안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단한 사업을 꿈꾸지 않고 제 가게 하나, 두개 운영하면서 만족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7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주변에서 자꾸 [아고야] 가맹점을 내게 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렇지만 가맹이라는게 투입되는 자본도 많고 인생이 바뀌는 일인데 덜컥 그러라고 하기가 겁나더라구요.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 외식 마케팅 전문가분을 만나게 되면서 제 운영 철학을 잘 지키면서 가맹 사업을 진행할 용기를 내고 차근차근 준비 중입니다. 여전히 걱정이 산더미이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아고야]를 더 단단한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빠르게 변하는 F&B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요. 변화가 없는 시장은 도태되니까요. 하지만 이 시장에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은 있습니다.‘트렌디’와 ‘클래식’이 공존하는 시장에서 운영자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저는 시장의 변화는 ‘선수’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아마추어’인 운영자라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경쟁할 수도, 앞을 미리 내다볼 수도 없으니까요.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하는 상당수가 아직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시스템을 이용하고자 하죠. 이런 상황이라면 무작정 ‘어떤 브랜드가 유행할까’, ‘어느 시점에 들어가야할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세요. 먼저 ‘클래식’한 브랜드를 찾고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합니다.
외식업의 본질은 다름아닌 음식이죠. 100년 뒤에도 [아고야]의 음식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